아카로아(Akaroa)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이 햇볕 가득 차고 평화로운 마을 이랍니다. 그곳으로 갈 때면 언제나 즐겁죠.
그 길에 올라서면 행복해집니다. 초록의 조각 보자기를 펼쳐 놓은 것 같은 초원과 언덕들 사이로 뻗어 있는 길을 달리면 세상에 별로 부러울 것이 없어져요.
멀리 양떼와 검은 소들의 평화로운 시간이 달력 속 풍경으로 정지해 있죠. 구불거리며 언덕 길을 따라 올라가 가장 높은 곳에서 푸른 땅덩어리 사이로 밀고 들어온 바닷물이 파란 하늘을 비추고 있는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에 막힐 일도 없을 듯 느껴집니다. 거기서 굽어 내려가는 길 끝에, 바다 위에 하얀 배들을 띄우고 있는 프랑스 마을 아카로아가 있습니다.
아카로아가 프랑스 마을로 불리게 된 것엔 아주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다. 1838년 프랑스 고래잡이 배의 선장이 아카로아에 정착해 살려고 점찍어 놓고 사람들을 데리러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죠. 그러나 그 사이에 영국과 미리 와서 살고 있던 마오리 사이에 ‘와이탕기 조약’이 맺어져 뉴질랜드의 통치권을 영국이 갖게 되는 바람에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온 항해 끝에 프랑스인들은 유니온잭이 바닷가 언덕 위에 휘날리는 것을 바라보아야 했답니다.
어쨌든 그들은 식민지로 만들진 못했지만 이곳에 정착하였고 아카로아에 오늘날까지 프랑스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게 했고, 루(Rue)라고 시작하는 프랑스식 이름의 거리엔 아직도 그때 이민자들의 후손이 살고 있다고는 하나 아무도 불어를 쓰는 사람은 없다는 군요.^^ 역사의 겹을 들춰보면 지금 이곳에 프랑스 국기가 휘날릴 근거가 있긴 하지만 내겐 그리 프랑스적 향기가 짙은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단지 이 마을이 그 역사적 배경으로 외부인들에게 독특하게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지중해변의 프랑스 마을처럼 붉은 기와 지붕을 한 낡은 건물과 그 사이의 돌 깔린 좁은 골목이 없어도 아카로아는 아름답습니다.
정말 그림같죠... 저 아래 내려다 보면 마음이 아주 편해져요....^^
아카로아는 뉴질랜드 남섬의 동해안에서 태평양 바다로 돌출된 뱅크 반도를 형성하고 있는 사화산 중 침식된 분화구에 자리잡고 있죠, 화산 폭발은 6백만년 전에 멈추었고 땅은 침식당하고 바다는 분화구를 밀고 들어와 반도의 해안선을 구불구불하게, 좀 과장하여 표현한다면 장갑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반도의 남동쪽, 가장 깊고 길게 파고 들어와 먼 바다에 큰 파도가 일어도 늘 잔잔한 이 항구 주변에 옹기종기 예쁜 집들이 들어앉은 곳이 아카로아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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